가끔씩 물어보시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정리해 보고 싶어 한 번 써 봅니다. 


토익 855점 / 토스 6등급

영어시험 성적은 실제 영어성적과 관련 없다고 생각하지만, 읽으시는 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까스로 기억해낸 2010년이 마지막이었던 공인 영어시험 최고 성적을 공개해 봤다. 내가 제대로 된 영어공부를 시작한 건 대학교 졸업 이후였다. 토익 공부하는 건 정말 싫어했지만 회화만큼은 잘 하고 싶었다. 어학연수 없이도 한국에서 충분히 영어 실력을 향상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싱가포르에 취업하기 전


1) 나도 랩몬스터처럼_ 프렌즈. :)

나의 첫 영어 선생님은 많은 이들에게도 그렇듯 조이와 피비, 로스 등 여섯 친구들이었다. 다른 것보다 발음 공부할 때 참 유용했다. 얼마 전 엘렌 쇼에서 방탄소년단의 랩몬스터가 프렌즈를 보며 영어 공부했다는 장면을 보고 어찌나 반가웠던지... :) 내가 생각하는 프렌즈가 좋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IOuFE-6Awos

 


1) 친구라곤 이 여섯 명이 전부인 이들이 노는 곳은 주로 실내이다. 집 아니면 카페. 다른 소음이 섞이는 일이 거의 없어 발음이 깨끗하게 잘 들린다.

2) 친구, 연인, 부모님, 직장생활 등 정말 일상적인 주제를 다루기에 외운 문장을 실생활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다. 시즌이 10까지 있다 보니 살면서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황이 다 있다.

3) 그리고 재미있다. 언어를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건 반복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반복을 위해서는 내가 보거나 읽고 있는 것이 재미있고 지겹지 않아야 한다. 아무튼 프렌즈가 너무 재미있어서 한 에피소드를 몇십 번씩 보기도 했다. 시즌1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웨딩드레스 입은 제니퍼 애니스턴이 정말 예뻐서 100번은 본 것 같다. 




싱가포르에 도착하고 난 뒤


1) Roald Dahl의 소설와 짧은 영어책 몇 권

한국인을 많이 가르쳐 본 적이 있는 스웨덴인 선생님을 안 적이 있다. 그분은 한국인이 영어 못하는 패턴을 굉장히 잘 파악하고 계셨다. 그리고는 영어 공부하는 나에게 Roald Dahl이란 동화작가의 소설을 읽어보라 했다. 쉬운 것부터 읽어본답시고 어린이용 동화를 읽으면 쓸데없는 의성어나 배운다고 했다. 그에 반해 Roald Dahl의 책은 너무 쉽지도 않고 내용도 적당히 길고 재미있어서 영어실력이 높지 않은 사람들도 잘 읽을 수 있다는 게 그 선생님의 의견이었다. 그분의 추천으로 내가 고른 책은 Matilda였다. 잊을만하면 그림이 삽입되어 있어서 읽는데 부담이 없었고, 이 천재 소녀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그땐 몰랐는데 영화와 뮤지컬로도 나온 굉장히 유명한 책이었다. 한 세 번은 읽은 것 같다. 


 <Who moved my cheese?>, <Peak and valleys>, <Happiness now>

<Who moved my cheese?>는 아는 분들이 많을 테니 부연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다. <Peak and valleys> 역시 같은 작가의 책인데 '치즈'책보다는 길다. 뭐 뻔한 내용이다, 라고 할 수 있지만 면접에서 떨어지고 비자는 만료되어 가고.. 하던 그때 나의 정신을 붙들어 주던 책들이었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되는 일 없던 내게

 "내가 영어 책을 다 읽었어!"

라는 성취감을 마구 심어주던 책들이었다. 공부나 삶에서 작은 성취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은 얇지만 삶에 분명 도움되는 내용이 들어있다. 특히 <Happiness now>와 <Peak and valleys>는 열 번은 봤다.


2) 언어 교환

K-Pop, K-drama 덕에 싱가포르에는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다. 자연스럽게 한국어에 관심 있고 배우는 사람들도 많았다. 내 첫 번째 싱가포리안 친구도 이 언어 교환에서 만난 사람이었다. 이 모임의 장점은 내가 영어실력이 부족하여 더듬거려도 인내심을 가지고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아직 그 나라 언어를 잘 구사하지 못한다면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모임에 가는 걸 추천한다. 한국에 호의 있는 사람들과 있으면서 마음 편하게 언어를 늘리고 그 나라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다. 


3) 싱가포르 신문 읽기

싱가포르의 대표 신문인 The Strait Times를 읽었다........ 기 보다는 헤드라인 정도를 쭉 훑고 관심 가는 기사만 읽었다. 지루해서 끝까지 못 읽는 나 자신을 매번 타박하다가 한국 신문도 1면부터 끝까지 다 읽지 않는데 뭐.... 싶었다. 헤드라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싱가포르 소식도 파악하고, 자주 보이는 단어를 공부하는  괜찮았다. 




싱가포르에 취업하고 나서는........


1) 영화를 통째로 외우기


예상 답변을 달달 외워서 면접관을 속이고 취직은 했지만, 언어의 벽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비즈니스 이메일이야 이전 회사에서 쓰기도 했고, 사람들의 이메일과 영어사전 같은 족보가 있었다. 하지만 동료들과의 일상 대화는 정말 답이 없었다. 내가 꿈꾸던 것처럼 한 사무실에 7개국에서 온 다른 사람들이 있었지만,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회사에 가는 매일매일 괴로웠다. 사람들이 내게 가볍게 던지는 농담을 못 알아들어서 갑분싸하게 만든 적이 여러 번, 나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영어 듣기, 회화를 다시 공부해야 했다.


다시 '귀를 뚫기' (이 표현 안 쓴 지 오래돼서 꼭 써보고 싶었다.) 위해서는 하나를 골라서 무식하게 파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영화 하나를 골라 몇 번 본 후에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눠서 따로 녹음을 했다.

-그 파일을 하나만 넣고 아침저녁 출퇴근하면서 듣고 따라 한다. 네 개를 한꺼번에 넣으면 스토리를 듣는 맛에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에 딱 하나만 넣었다.

-안 들리는 발음은 무조건 반복해서 들었다. 이미 어떤 대화가 나올지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들의 발음, 억양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었고, 오며 가며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역시 공부는 이렇게 무식하게 해야 하는지 귀가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때 내가 선택한 영화는  <Sex and the city 2>였다. 이 영화를 좋아해서라기 보다는 그 당시 내가 소장하고 있던 영화가 친구에게 받았던 이 영화와 <Inception> 둘 뿐이었고, 그중에 만만한 게 <Sex and the city2>였다. 지겨움 없이 계속 공부하려면 둘 중에서 더 좋아하는 영화인 <Inception>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내게 필요한 건 아침저녁으로 들어도 부담 없는 일상적인 대화였지 거대한 음모, 납치와 살인은 아니었다. 그리고 인셉션에서는 급박한 상황이 많다 보니 가끔씩 애들이 말을 너무 빨리 했다. 당시 내겐 좀 부담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영어공부를 위해서 영화를 고를 때는 일상적인 대화가 많이 들어 있는 로맨틱 코미디나 드라마 같은 장르부터 시작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


시즌2까지 있어용

* 언어를 공부할 때는 그 나라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좋은데 싱가포르가 아무래도 이 분야가 약하다 보니 볼 게 많지 않다. 싱가포리안들도 자기네 나라 프로그램은 재미없다며 거의 안 본다.(하지만 한 번 도전해 봐야겠다고 늘 생각은 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재미있고 볼만한 드라마/영화가 많기에 각자의 취향대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혹시나 호주 영어와 친해지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The time of our lives>라는 시리즈를 추천하고 싶다. 적응하기 힘든 호주 영어의 억양과 발음은 물론, 호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알 수 있는 괜찮은 시리즈다. 다만 시리즈가 끝나갈수록 뿌려놓은 떡밥을 수거하느라 지들끼리 바쁘지만, 그래도 볼 만하다. ^^


2) 네트워킹 모임

외국에는 이런 모임이 참 많다. 수요일이나 금요일(혹은 둘 다)에는 칵테일파티 같은 모임이 자주 열린다. 알코올 한 잔을 들고 그곳에 온 사람들과 계속 이야기하는 모임이다. 여기서 부동산 에이전트, 보험회사 영업사원도 많이 봤다.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싱가포르다 보니 이런 모임 역시 인터내셔널 모임이고, 그들의 다양한 영어 억양에 적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과 영어로 말하면서 영어울렁증을 정말 많이 없앨 수 있었다. 한때 이 모임에 열심히 나갔는데 왠지 내가 죽순이가 되는 느낌에다 대화가 다 거기서 거기라(처음 만나서 하는 말이란 게 '무슨 일해요? 어디 살아요?'.. 다 보니) 언제부턴가 발길을 끊게 됐다. meetup.com 사이트를 통해 이런 모임을 찾아볼 수 있다. 


3) 또 영어 스터디

그렇게 한동안 혼자 공부를 했고, 회사 이메일과 자료 등을 영어공부용으로 계속 봤다. 요즘에도 느끼지만 언어 공부란 측면에서 봤을 땐 해외유학(언어연수가 아닌)과 해외취업 중에서 해외유학이 더 좋은 것 같다. 우선 책을 많이 보기 때문에 다양한 표현과 단어를 볼 일이 많고, 실수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내가 새로 배운 단어를 써먹기보다는 남들이, 업계에서 이미 쓰고 있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 새로 배운 단어의 뉘앙스까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괜히 상대방을 헷갈리게 하거나 실수할까 봐 걱정되어서 안 쓴 적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보고 듣는 것이 한정적이다는 느낌을 받았고, 나는 영어 스터디를 (싱가포르에서도ㅠㅠ) 하기로 했다. 매번 다른 영문 기사를 읽고 그 기사를 가지고 토론하는 스터디였다. 결국 영어는 커뮤니케이션이었고,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잘 전달하고 남의 말을 잘 알아듣는 것이었다. 언제 어디서 누군가와 함께 하든 다양한 주제에 나를 노출시킬 필요가 있었다. 한 번 생각해 본, 한 번 이야기해 본 주제는 다른 곳에 가서도 다시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아무튼 나는 다양한 주제를 영어로 말하는 연습을 하기 위해 스터디에 들어갔고 2년 가까이 활동했다.


예전 어느 술자리에서 (지금도 이해할 수 없지만) 인도 경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인도 경제라고는 손톱만큼 아는 것도, 관심도 없던 나는 '인도 경제, 나아갈 방향은?'이란 토론회의 방청객이 되고 말았다. 그때 내가 깨달은 건 인도 경제의 특징이 아니라 '내가 지금 한 마디도 못하는 건 영어를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주제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이라는 점이었다. 이 예가 와닿지 않는다면 드라마를 생각해 보면 된다. 내가 a란 드라마를 보지 않으면 a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의 대화에 끼지 못한다.


5) 원서를 소리 내어 혹은 그냥 읽기

많은 분들이 알고 또 하는 방법이니 다른 말은 안 하겠다. 한 때 <로빈슨 크루소>나 <눈의 여왕>을 영어로 읽어보겠다고 설쳤는데 고어가 너무 많아서인지 집중이 되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자기계발 서적이 낫지 싶다. 


+책 추천

제가 읽은 몇 안 되는 영어 원서 중에 영어 공부하는 구직자나 직장인에게 좋을 것 같은 책입니다.


① Don't sweat the small stuff and it's all small stuff

책 전체가 한두 페이지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책의 좋은 점은 더럽게 책 읽기 싫은 날에도 '딱 한 페이지만 읽자.' 신공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안고 시작하면 대부분 '한쪽을 읽었으니 한쪽을 더 보지!'라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러고 나면 아무리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도 '오늘 영어 책 한 장을 읽었어.'라는 뿌듯함을 준다. 한국어판으로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로 번역되어 있다.


②  Lean In 

예전 글에서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 페이스북의 COO, 셰릴 샌드버그의 책. 승진과 이직, 경력 관리, 비즈니스에서 여성의 지위, 결혼, 육아 등에 대한 그녀의 생각과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여성뿐만이 아니라 그 여성과 함께 살아가는 남성들에게도 충분히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③ What color is your parashute? 2018

1970년대부터 출간된 구직과 취업에 대한 책이다. 이력서, 커버레터, 네트워킹 등 구직자를 위한 다양한 조언이 담겨 있다. 2018이란 말이 보여주듯이 매년 갱신된다. 이 책의 2,000년대 버전을 보면 '그 지역의 전화번호부를 구해서 그 회사로 직접 전화해 보라'는 류의 조언이 나온다. 시간이, 그리고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 새삼 느껴진다. 


④ One Thing

많은 것을 하지 말고 자신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단 한 가지에 집중하라.(80:20 파레토 법칙의 응용) 

도미노처럼 자연적으로 다른 일에 영향을 미치거나 원동력을 줄 수 있을 만한 일을 찾아라. 

그리고 그 일에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써라는 게 책의 주제이다. 시간 관리와 우선순위를 찾는 걸 도와주는 괜찮은 책이었다.


모국어가 아닌 이상  나라에 있는다고 해서 언어는 절대 늘지 않는다. 아무래도 공부하기에 유리한 환경인  맞지만 스스로 하지 않는 이상 절대 늘지 않았다. 내가 했던 것이 특별하게 어려운 방법도 아니고, 요즘엔 외국인과 대화하는 모임도 많으니 한국에서도 충분히 시작할  있지 않나 싶다.

Posted by 돌아온싱언니

취업이 워낙 힘들다 보니 취업만 되면 다 잘 할 것 같지만... 진짜 현실은 취업 후에 시작된다. 


1. 다시, 영어공부

취직했다고 외국어 공부를 그만 하는 건 해외취업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들어온 지 얼마 안  사람이라고 봐주는 경우도 훨씬 적고, 말을 잘 못 알아들어서 "다시 말해줄래?"라고 말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이게 계속되면 아예 커뮤니케이션이 안 된다고 욕먹기 일쑤다. 어학연수 가 본 사람들은 다 알지 않은가? 외국 간다고 영어실력이 느는 게 아니라는 것을. 회사도 마찬가지다. 아니 회사일수록 오히려 더 영어공부를 해야 한다.  생존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학원을 다니며 비즈니스 영어를 따로 공부하는 분들도 많이 봤지만, 나는 그렇게 공부를 따로 하기보단 회사에서 주고받는 이메일, 동료들과의 대화를 교재 삼아 공부했다. 멋진 말을 들으면 기억해 뒀다가 <다음에 써먹을 것들> 리스트에 넣어놓곤 했다. 업계에서 어떤 용어를 쓰는지, 이러저러한 경우에는 어떤 표현을 쓰는지 이메일에 다 담겨 있었다. 이메일은 내게 정말 족보와도 같았다. 회사와 업무에 적응하면 할수록 적은 정보에도 그 의미를 파악하는 눈치가 늘어서 이런 과정도 점점 쉬워졌다. 


이와 더불어 나는 일상 회화 공부도 시작했다. 회사라고는 하지만 결국 내 대화의 대부분은 때마다 다른 상사의 지시사항 이해하기, 내 업무를 타인과 공유하기, 동료들과의 일상적인 대화와 가벼운 농담이었다. 비즈니스 영어라는 개념보다 결국엔 나의 영어실력 자체를 끌어올려야 했다. 결국은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외국에 산다고 근사해 보일지 몰라. 하지만 한국에 돌아갈 날에는 현실을 맞닥뜨려야  날이 올 거야. 싱가포르에서 몇 년이나 일 했는데 영어를 잘 못해. 그런 사람을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예전에 이 말을 듣고 머리에 한 대 맞은 듯 강한 충격을 받았다. 미래를 잠깐 생각해 보자. 나는 싱가포르에서 취직한 후에 이곳에 눌러 살 수도, 다른 나라로 갈 수도,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몇 년 후 내가 어느 곳에 있게 되든 사람들이 날 평가할 기준은 무엇일까? 내가 어디에서 일했다는 것보다도 '싱가포르에서 일했다'는 것만 보고 영어실력에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댈 게 분명했다. 내가 한인 회사에서, 혹은 한국인을 매일 접해야 하는 custmer service 직군에서 일해서 외국에서 살아도 한국어를 쓰는 비중이 훨씬 높았다는 건 핑계일 뿐이다. 그런 곳에서 일할수록 더더욱 영어공부를 해야 한다. 

게다가 승진과 이직을 생각한다면 어디에서 일하든 영어공부는 계속해야 한다. 브로큰 잉글리시를 구사하는 상사에겐 신뢰가 가지 않을 것이고, 영어가 부족하다면 이직의 기회도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메일로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하는 외국회사에서는 그 모든 내용이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영어 이메일을 쓰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2. 자신감

 “아시아 사람들이 윗사람에게 순종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나한테 아니 회사에서 그럴 필요는 없어. 그런 건 집에서나 해. 니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나에게 말해. 그게 서로에게 좋은 거야.” 

유럽에서 온 상사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들이 보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나는 ‘꿍꿍이’를 알 수가 없어 그렇게 답답할 수가 없다. 이런 말은 꼭 유럽 사람이 아니라도 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은 싱가포르 사람들도 하는 말이다. 

 '아직 내 영어가 많이 부족한데 말실수하면 어떡하지. 내가 아직 어리고 들어온지도 얼마 안 됐는데 이런 말을 해도 될까...'

혼자 검열하는 마음 다 알고 있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정말 '가마니'가 되어버리는 이곳에서는 영어실력에 조금 자신이 없더라도,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말할 필요가 있다. 좋은 게 좋은 거라서 넘어간다? 그럴 필요도 없다.


외국 회사에도 역시 별 영양가 없는 말을 그럴듯하게 하는 소위 입만 산 사람들이 있다. 

 '나였다면 저런 말을 할 바에는 그냥 가만히 있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들었던 생각은 

 '저런 영양가 없는 말도 그럴듯하게 하는데 왜 나는 아무 말 못 하고 있는가?

였다. 누군가 나를 보며 '왜 모두가 다 아는 말을...' 이란 생각을 가질지 모르더라도 일단 내 생각을 말하고 보는 게 중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건방져 보일까 봐, 내가 뭐라고 이런 말을….' 등의 사고방식은 여기서는 필요 없다.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라면, 하다 못해 내가 지금 회사와 프로젝트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코스프레를 위해서라도 말을 하는 건 좋다. 내 말을 들어줄지 말지 걱정된다고? 그건 상대방의 몫이다. 순종적인 사람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3. 직급의 모호함

싱가포르를 비롯한 외국 회사에서는 직급에 대한 개념이 한국보다 모호하다. 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국에 있는 사원/주임/대리/과장/차장/팀장/부장... etc (분명히 내가 빠뜨린 어떤 직급이 있을 것 같다.)과 같은 기준이 느슨한 편이다. 물론 당연히 직급이 있고, 보고 체계가 있다. 하지만 사원은 사원들끼리 같은 문화나 사원은 부장님한테 말 거는데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한국으로 치면 주니어에 속하는 직급이라 할지라도 시니어 직급과 함께 일해야 할 경우가 꽤 있다.(물론 거래처가 작은 규모의 회사라면 이럴 경우가 이상하지 않겠지만 규모가 꽤 있는 회사라도 이럴 때가 있다.) 역시나 한국에서만 살았던 나는 

 ‘어떻게 나한테 저렇게 큰 회사의 이사한테 연락하는 일을 시킬 수 있지?’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에게 연락하기까지 수화기를 몇 번이나 들었다 놓고, 이메일을 썼다 지우고는 했다. 에라 모르겠다 하며 연락했을 때, 그는 의외로 굉장히 반가워했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면서 임원급 C-Level의 사람들은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는지 그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배우게 되었다. 


오랜만에 한국의 고객사와 연락할 일이 있어 그 회사의 어느 팀 부장님을 찾은 적이 있다. 그새 싱가포르의 문화에 적응해서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연락했던 내게 돌아온 대답은  

 “목소리가 아직 어리신 거 같은데, 직급이 어떻게 되시죠?” 

였다. 마치 카스트 계급의 가장 아래층에 속한 내가 맹랑하게도 가장 윗 계급인 브라만 계급에게 말을 걸어버린 느낌이었다. 비단 싱가포르가 아니라 대부분의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든지 자신감을 가지고 ‘나도 괜찮다. 내가 낸데.’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일에 임하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누구나 좋아하기 마련이다. 



4. 디테일, 디테일, 디테일. 

절대 좋은 게 좋다고 덮어주지 않는다. 실수를 받아들이는 태도 자체가 다르다. 한국에서는 ‘그럴 수도 있지.’라며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사소한 실수가 여기서는 크게 여겨진다. 예를 들어 서류상에 잘못 기재된 글자가 문제 되었을 때 발견한 사람의 선에서 혹은 그 아래선에서 그 서류를 고치지 않는가? 하지만 여기서는 그걸 굳이 보고를 하고 허락을 받아서 다시 고치고 있다. 정말 융통성 없어 보인다. 물론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다른 문제이다. 그렇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도 이런 식으로 처리하며 일을 굳이 만드는 모습을 보고 정 떨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일을 몇 번 보고 나서는 내가 알아서 눈이 빠지도록 서류를 체크하거나 상대방과 두세 번씩 확인하며 일했다. 

한국처럼 '정으로 간다~'는 문화가 있다면 이런 경우가 덜 하려나?



5. 무관심은 무관심이 아니다.

처음 회사에 들어가 서로 자기소개를 하고 반갑게 인사를 하지만, 나중에 누가 따로 와서 나에게 말 건다거나 그런 일은 많이 없다. 한국에서처럼 인수인계라고 사수라는 사람이 딱 붙어서 대인마크를 해주지도 않는다. 외국에서 일하는 건 당장 일에 투입해서 성과를 낼 사람을 뽑는 일이기에 더 그렇다. 


같은 팀이 아니거나 같은 프로젝트를 하지 않으면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 아니 없어 보인다. 프라이버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생활에 관련된 질문도 하지 않는다. 오지라퍼들이 많은 곳에서 왔다면 오히려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괜히 소외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말 안 해도 사람들은 나를 보고 있다. 참 희한하지만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이 어떤 일을 얼만큼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면 다들 동료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된다. 

Posted by 돌아온싱언니

처음에 나는 싱가포르 로컬 회사에 취직을 했다. 한 달쯤 지났나? 그 회사에서 나와야 하나란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싱가포르에 간지 6개월밖에 안 된 내가 아직 싱가포르란 나라와 문화에 적응이 안 돼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싱가포르 로컬 회사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라도 해봐야지.) 한국이든 어디든 나와 맞지 않는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불행을 느끼기 마련이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당연히 고민이 많이 되고 부담스러운데 해외에서는 더 심하다. 비자가 걸려서 마음대로 그만 둘 수가 없다..  그때는 마음이 참 아팠다. 나름 일 잘 한단 소리 듣고 살았는데, 2명 몫을 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어느 곳에서나 내가 잘 어울릴 거라 기대했지만 그건 나의 큰 오산이었다. 나를 둘러싼 냉랭한 분위기와 함께 내 마음도 뜨고 있었다.(덕분에 흑역사 하나 추가요!)


  “이런 일자리가 있어. 혹시 관심이 있니? 관심 있으면 연락 줘.”

그쯤에 알고 지내던 헤드헌터에게 이메일이 왔다. 나는 당연히 관심 있다고 했고, 그렇게 회사를 다니면서 몰래 두 번 면접을 봤다.

  “우리랑 같이 일합시다. 언제부터 일할 수 있어요?” 

그 회사와 계약서를 쓰고는,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 더 이상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바로 그만둬 버렸다. 

 ‘비자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옮겨야 되는 게 아닐까?’ 

마음속에 작은 의문이 생겼지만, 그 회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새로 가기로 한 회사에 비자 발급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다 넘기고 난 기분 좋은 백수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비자 신청했어요?” 

 “네, 신청했고, 우리도 결과 기다리고 있어요. 좀만 기다려줘요.” 

이런 대화가 몇 번 오고 갔다. 2주쯤 지났을까? 여전히 아무 소식이 없었다. 회사에 다시 연락했다. 날벼락같은 소리를 들었다. 나를 채용할 수가 없단다.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채용 담당자가 미안하다며 사람을 뽑지 않기로 했단다. 나는 이유라도 알려달라고 했지만 이 ㄱㅅ는 내 연락을 피하기 시작했다. (이놈이 갑자기 왜 말을 바꿨을까... 생각을 많이 해 봤는데 나중에 이걸로 글을 쓸 기회가 있길 바란다.) 


그 무렵 나는 전 회사의 비자가 취소되면서 약 한 달 동안 싱가포르에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비자 발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곧 싱가포르에서 쫓겨난다는 소리였다. 내가 싱가포르에 얼마나 더 있을 수 있을지 계산해 봤다. 그렇게 나는 다시 취업에 실패하고, 2주 내에 출국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가 될 신세가 되었다.


 ‘2주 안에 다시 취직할 회사를 찾을 수 있을까?’ 

비자가 외국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때서야 알게 됐다. 나는 일만 찾으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무리 회사와 근로계약서를 쓰고 사인했다고 해도 비자가 없는 외국인에게 계약서는 그냥 종이 쪼가리였다. 회사를 옮기면서 회사가 내 비자 신청을 제대로 했는지, 나왔는지 등을 확인해야 했다. 그 누구도 이런 일에 대해 알려주거나 조언해 준 적이 없었다. 이 나라에 정이 있는 대로 떨어진 나는 정말로 한국에 돌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집주인과 룸메이트에게 아무래도 떠나야겠다고 말했다.


"취직했어!"가 아니라 "비자받았어!"

정확히 두 달 후, 나는 새로운 회사의 비자를 쥐게 됐다. 그즈음 다른 회사에서도 오퍼를 받았는데, 오만 일을 다 겪어서 인지 딱히 기쁘지가 않았다. 그 두 달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지금 생각하면 정말 짠내 나지만,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운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간이었다.


“사라, 너 새 회사에서 비자는 받았니? 비자 확인하고 이직하는 거지? 너는 외국인이니까 비자가 제일 중요해. 아직 발급 허가 안 나왔으면 내가 너 비자 취소를 조금 늦출게.”


몇 년 후 그 회사에서 일을 하다 이직을 하게 됐을 무렵, 따뜻한 HR 매니저가 나에게 말했다. 민망하게도 그녀의 그 말 덕분에 내가 과거에 했던 일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짓이었는지를 깨달았다. 비자 없이 호기롭게(!) 회사를 그만둔 나는 다시 한번 그 짓을 반복할 뻔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새 회사에서 비자 신청은 한 번 거절당했다. 회사에서는 노동청에 재신청 appeal을 했다. 만약 한 번 더 까이면reject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도 갖고 있었다. 사실 비자 발급은 회사와 노동청 사이의 일이기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내 비자니 확인하는 것도 나의 몫이었다. 취직이 확정됐을 때처럼 전전긍긍하기보다 내 할 일을 끝내고 마음을 편히 먹었다.  일이 풀리는지 결국 비자는 발급됐고 난 몇 년 더 싱가포르에서 있게 됐다. 


사실 비자 이야기만 해도 이야깃거리가 넘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외국에서는 취직이 되더라도 (비자가 없는 사람에게) 워킹비자가 발급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를 해봤다. 일부 한국 회사에서는 관광 비자를 가진 사람을 먼저 고용하고 나중에 비자를 발급하기도 하는데, 사실 관광비자로 일하는 건 당연히 불법이다. 마음 아프지만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취직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취직이든 이직이든 쉽게 비자 발급을 받고 행복한 회사 생활을 하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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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흙수저인 내가 해외취업을? ①      

2. 흙수저인 내가 해외취업을? ②      

3. 그래도 싱가포르라 다행이야. (많고 많은 나라 중에 싱가포르라서 좋은 점)      

4. 내가 생각하는 싱가포르 취업의 장점① 

5. 내가 생각하는 싱가포르 취업의 장점② 

6. 싱가포르 취업 시 감당해야 할 것들

7. 싱가포르 취업 전 알면 좋을 것들

8. 싱가포르 취업을 위한 구직 사이트 총정리

9. 문과생 신입이 주로 취직하는 분야는? 

10. 막간 링크드인 활용법   

11. 외국 채용공고를 보고 기죽지 말아요.

12. 레주메는 누가 어떻게 검토할까?

13. 면접 - Two way out     

14. 나의 첫 화상면접 이야기      

15. 이직에 얽힌 워킹비자 이야기     

16. 외국 회사 풍경      

17. 영어로 이메일 쓰기 - 이것만 알고 있자.      

18. 인터뷰 - 싱가포르에 사는 그의 이야기 ①      

19. 인터뷰 - 싱가포르에 사는 그녀의 이야기 ②      

20. 소소한 싱가포르 생활기 

21. 친구는 어찌 만들어 볼까? 

Posted by 돌아온싱언니